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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가꾸기

쪽파를 대신 심다 - 바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by -일상체온- 2021.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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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말에 심은 김장 배추 모습을 예상했어야 했다.

 

높은 기온과 잦은 비로 인해, 올해는 김장 배추를 조금 늦게 심으려고 했는데,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빠르게 심었더니, 조금 걱정했던 배추 뿌리혹병이 걸려, 배추 30포기가 초토화되었다.

 

 

2주 만에 찾은, 추석 전에 이렇게 뿌리혹병에 걸린 배추가 초토화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때는 손 쓸 수도 없었다. 무척 안타깝고 속이 쓰라렸지만, 이런 게 농사라는 것을 알기에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었다. 아직 무엇인가를 재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기에, 맨땅으로 그냥 놀리기에는 마음과 몸이 허락하지 않았다. 배추를 정리하고 보니, 딱 두 포기가 남았다.

 

 

3주 전까지만 해도 잘 자라던 배추가 이렇게 사라져버린 모습을 보니, 그 속 쓰림을 말할 수 없었고, 이 두 포기의 배추도 뽑아버리려다가 조금은 가망이 있을 듯해서 그냥 남겨 두기로 했다.

 

주말을 맞아 종로 5가에 가서 초토화된 배추 대신 심을 쪽파 모종을 구해 왔다. 어쩔 수 없다는 한숨과 함께 이 또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철 지난 밭에 쪽파 모종은 그래도 하나의 희망처럼 보인다.

 

 

조심스럽게 모종을 분리해서 쪽파를 심었다.

 

 

지난 7월에 잠깐 심었던 작물에 뿌리혹병 낌새가 있었을 때, 알았어야 했는데, 조금 방심했나 보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주말농장에는 농약 등을 사용할 수 없었기에 결과는 같았을지 모르지만, 시기를 조금 조정하던지, 아니면 석회로 땅을 중화시켜야 했었는데, 지난 몇 년간 풍족하게 수확했던 김장배추를 생각하고 너무나 오만했던 탓이리다. 

 

주위를 보니, 많지는 않지만, 뿌리혹병 걸린 배추가 심상치 않게 보인다. 어떻게 알려주고 싶지만, 오늘은 주말농장에 오지 않았으니 방법이 없어 보인다. 

 

 

지난번 심었던 대파와 무는 잘 자라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배추 대신에 심은 쪽파가 잘 자라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번 일을 계기로 한가지 말을 덧붙여 본다. 바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배추가 사라져버린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할 수 있으면 쪽파라도 심어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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