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이 피었다.
하얗게 핀 꽃을 보면서 무엇처럼 보이는지 묻는다.
첫째 아이는 밀가루 쑥버무리를 만들기 위해서 쑥에 하얀 밀가루를 뿌려 놓은 모습이라고 한다. 막내 아이는 유치원 때, 녹색 바닥에서 밀가루 던지기를 했을 때, 바닥에 떨어진 밀가루 모습이라고 한다.
하얀 꽃을 보면서 아직 소금을 뿌려 놓은 듯한, 그래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묘사한 “메밀꽃 필 무렵”의 이효석 소설의 한 장면을 떠오르지는 않은 가 보다. 하기야, 그 소설을 읽지 않았으니,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죽은 듯이 고요한 여름 한밤의 꽃을 “소금”으로 묘사한, 소설 이야기를 해 주니, 그제야 초겨울, 김장을 위해 배추에 소금을 뿌려 놓았던, 그 모습과 비슷하다는 말을 한다.
그러고 보니, 왜 이 하얀 꽃을 보고 이효석 선생은 “소금”이라고 묘사했을까 학창시절에 가졌던 궁금증이 아이들 말을 들으니 조금을 풀린 듯하다. 김장 배추를 절이기 위해 뿌렸던 소금을 보고, 이 문장을 떠올렸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메밀은 국수, 전병, 그리고 평양식 냉면의 주요 재료다. 열매에서 가루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까칠까칠한 열매를 맷돌에 갈아서 가루만 분리해 내는 것이 쉬운 공정이 아니거니와 몸이 차가운 나에게는 그렇게 열심히 가루를 만들어 국수나 전병을 만들어 주어도 어릴 때는 쉽게 손이 가지 않은 음식이었다. 지금도 평양식 냉면은 아무리 맛있게 한 곳이라고 해도 쉽게 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가끔 서울 한강 변에, 또는 주요 하천가에 하얀 꽃이 핀 모습을 볼 때면, 이것으로 만든 국수, 평양냉면보다도 “소금을 뿌린 듯한” 어구가 떠오르는 것은 어릴 적 그리 썩 좋아했던 음식이 아니었기도 하거니와 학교에서 배웠던 소설의 한 구절이 더 생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 들리는 뉴스를 보면, 이 메밀을 재배하는 곳이 많지 않아서인지 가격이 높아 국수, 평양냉면도 가격이 꽤 올랐다고 한다.
농작물 가격이라는 것이 기후, 날씨, 그리고 작황에 따라 그 가격이 해마다 차이가 날 수 있기에 매년 어떤 작물을 심을 것인가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지만, 이제 소설의 영향을 받아 그나마 이 메일이 음식뿐만 아니라 관광지의 한 모습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문학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 소설에 영향을 받아 메밀을 심는 시기와 방법에 관해서 간단하게 언급해 보고자 한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또 메밀꽃 축제를 위해 꽃을 피우는 시기 조절을 위해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보편적인 메밀 파종 시기와 수확 시기는 다음과 같다.
■ 메밀 파종 시기
∎ 여름 재배
-파종: 4월 중하순
-수확기: 6월 중하순
∎ 가을 재배
-파종: 7월 중순 ~ 8월 상순
-수확기: 9월 하순 ~ 10 상순
* 위의 시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메밀은 파종에서 수확 시기가 비교적 짧다. 논농사를 짓기 힘든 지역에서 메밀을 많이 심었던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하다. 또한, 메밀꽃 필 무렵 소설의 주요 배경은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인데, 이 지역의 특징에서 알 수 있듯이 메밀은 서늘한 기후와 산간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하지만, 서울에서도 시골의 풍경을 느끼도록 심어진 메밀꽃을 보면, 병충해가 비교적 없고 많은 화학비료, 농약을 필요로 하지 않기에 어디서나 심을 수 있는 작물일 것이다.
■ 메밀 재배 방법
-파종 시 주의사항: 종자를 파종하기 전에 씨앗 1㎏당 약제 벤레이트티 4g을 묻혀서 파종한다.
-2~5cm 정도의 깊이로 씨앗을 심으며, 습한 땅일 경우 얕게, 건조한 토양은 깊게 심지만, 5cm를 넘지 않도록 한다.
-흩어뿌림이나 줄뿌림으로 심는다.
-비료 과다 사용을 피한다.
■ 메밀 수확하기
-약 75~80%가 검게 익으면 수확한다.
-한낮에 수확하면 메밀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될 수 있으면 오전에 수확한다.
-수확 후, 약 10일 정도 말린다.
*메밀은 병충해가 거의 없는 작물의 하나이기에 여건만 맞는다면 텃밭이나 주말농장에 심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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