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올라와서 추석 때, 가장 이해가 안 되는 음식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송편입니다.
어릴 때 시골이 고향인 저의 경우는 추석이 가까워지면 아직 완전하게 여물지 않은 벼를 잘라 탈곡하고, 이것을 가마솥에 넣고 찌거나 삶아서 가을 햇빛에 말리고, 방앗간에 가서 쌀로 만든 후, 추석 때 이것으로 밥을 하고, 송편을 만들곤 했습니다.
누렇게 만들어진 쌀가루를 빻거나, 아니면 햅쌀을 일부 수확해서 만든 쌀가루로 반죽을 한 후, 여름에 수확한 다양한 콩을 삶고, 깨를 빻아서 소를 만들고, 산에 올라가 소나무 잎사귀를 딴 후, 송편을 만들었습니다.
거의 모든 일이 수작업이었고, 나무를 연료로 해서 가마솥에서 거의 모든 과정이 이루어진, 전설처럼 느껴지지도 못할 이러한 일은 불과 40여 년 전의 흔한 고향의 풍경이었죠.
성인이 되어 서울에 올라와 추석에 처음 송편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주위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본 저의 송편은 거의 반달 모양이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 사는 사람은 송편을 반달처럼 만드는 것이 영 어색했나 봅니다.
반달 모양의 송편은 서울에서 보기 힘든 것 중의 하나지만, 사실 송편의 유래는 반달과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옛날 백제 말엽 땅속에서 나온 거북이 등에 "백제는 보름달이오, 신라는 반달이다"라고 적힌 것을 보고, 의자왕이 점술가를 찾아 이유를 물으니, 그 점술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백제는 보름달이라 백제는 쇠락할 것이며, 신라는 반달이라서 보름달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이 신라에 전해져 반달 모양의 떡을 만들어 먹었는데 이 음식이 바로 송편이었다는 것입니다.
송편의 유래가 무엇이든지간에 그 유래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송편을 예쁘게 만들면 예쁜 딸을 낳는다는 말을 수시로 들었던 건 아마도, 이 작은 송편에도 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조상의 지혜가 담긴 말이 아닌가 합니다.
송편의 모양이 어떻든 간에, 그것을 만드는 정성과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여러분 고향 송편은 어떤 모양으로 기억되는지요?
저는 반달 모양의 송편을 오랫 만들지는 않았지만, 올해는 기회가 되면 한번 만들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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