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 추위가 기승이다.
이십사절기의 스물셋째 절기인 소한은 낮의 길이가 가장 짧다는 동지와 가장 큰 추위라는 대한 사이에 있는 것으로 태양의 황경이 285도에 도달했을 때인 양력 1월 5일에서 7일경이다.
2021년 1월 5일이 소한으로 날씨와 기온 예보를 보면, 올해는 소한이 이름값을 톡톡히 할 듯하다.
작년 2020년 소한은 1월 6일이었는데, 이 날 우리나라는 전국 대부분이 영상을 기록했고, 제주도는 기온이 영상 17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소한 추위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매우 춥고 서글픈 날이 있었다.
바로 민족의 상잔이라고 하는 6.25 전쟁 이듬해인 1951년 1.4후퇴가 있던 시기가 바로 소한 이틀 전(1월 6일)이었다. 1951년 소한인 1월 6일 이틀 전에 시작한 1.4후퇴는 그 맹렬한 추위 때문에 많은 피난민이 동상에 걸렸거나 목숨을 잃은 경우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소한 추위뿐만 아니라 전쟁의 참상까지 겹친 이 겨울은 아마도 생각건대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가장 추운 날로 기억되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올해 소한도 날씨 전망에 따르면 그때 못지 않게 낮은 기온을 유지한다고 하니 전 세계적인 펜데믹 상황이 더 힘겹기만 하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 소한이 대한의 집에 몸 녹이러 간다 등의 속담으로 우리 선조들은 소한의 추위를 언급했고, 조선 말기 정학유는 “십이월은 계동이라 소한 대한 절기로다 / 설중의 봉만들은 해 저문 빛이로다 / 세전에 남은 날이 얼마나 걸렷는고 / 집안의 여인들은 세시 의복 장만하고 ...”라고 가사를 지었는데, 그 추운 소한을 지내면 곧 봄이 온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소한 절기에 쓰는 다른 속담인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라도 한다”는 의미를 아무리 어렵고 해결하기 힘든 펜데믹 상황도 결국엔 극복하는 올해가 될 것으로 믿어본다. 1.4후퇴의 아픈 역사를 이기고 현재의 우리 사회가 되었듯이, 그리고 우리 조상들이 추운 소한 추위에도 설날을 기다리고, 입춘을 기다리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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